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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적시 명예훼손죄’, UN 폐지권고 10여년 …‘건전한 인터넷문화와 제도 뒷받침’ 주장도
  • 기사등록 2018-11-23 12:02:32
  • 수정 2018-11-23 12:0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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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바로타임즈= 장혜린기자]

 

유엔인권위원회로부터 사실 적시의 명예훼손죄 규정을 폐지 권고 받은 지 10여년이 흘렀다. 세계적 추세는 폐지(비범죄화)의 방향으로 선회한지 오래이다. 우리 형법(3071)은 진실한 사실을 표현하여 타인의 명예를 훼손한 행위에 대해서도 처벌하는 규정을 두고 있다. 이 규정은 개인의 사생활을 보호해 주는 장점이 있지만 민주주의가 살아 숨쉬게 만드는 공기인 표현의 자유를 제대로 보장되지 못하게하는 문제가 있다. 최근 미투운동(Me Too)의 열풍 속에 서 이 규정의 문제점들이 드러나고 있다. 성희롱(성범죄) 피해자들이 용기를 내서 사실을 폭로하는 경우 이 규정에 의해 역고소를 당할 우려가 있다. 2차 피해를 당할 위험성은 높다. 성폭력피해자들의 입을 가로 막는 규정이다.

 

성 폭력 피해자들의 입을 가로막는 이 형법 규정에 물음을 제기한 연구보고서가 있을까?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이 지난달 펴낸 사실적시 명예훼손죄의 비범죄화 논의와 대안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사실적시 명예훼손죄를 처벌하고 있는 나라는 현재 전 세계에서 극히 드문 것으로 조사됐다. 2011321일 유엔인권위원회(UN Human Rights Committee)2015116일 유엔 산하 시민적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위원회(ICCPR)에서는 한국의 사실 적시의 명예훼손죄 규정을 폐지 권고하기도 하였다.

 

보고서에 따르면 사실 적시의 명예훼손죄 규정이 사회 진보의 기회를 박탈하는 역기능을 양산시킬 수 있다. 성폭력 피해자를 가해자로 처벌케하는 2차적 피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고, 부패 권력에 맞선 내부고발자도 이 규정 때문에 처벌 받을 수 있다는 위험성이 있다.

 

사실 적시의 명예훼손죄 규정 폐지여부를 둘러싼 국내 전문가들의 시각은 엇갈린다. 폐지를 주장하는 입장은 표현의 자유와 관련하여 현행 형법규정으로 인하여 피해자의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상황이 도출될 수 있으며, 이러한 이유로 피해자의 경우 명예훼손죄의 피소 우려 때문에 폭로하기 어렵다고 한다. 사생활 비밀 침해우려와 관련해 사실의 적시행위는 불법성이 적어 민사상 규제와 별도의 사생활 침해죄로 규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존치를 주장하는 입장은 개인의 인격권과 사생활의 자유 보호를 중시한다. 건전한 인터넷 문화의 미성숙등 한국의 특수성과 문화를 고려할 때 민사상 손해배상으로 대응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주장한다.

 

보고서 작성자는 장기적으로 사실적시의 명예훼손죄 폐지를 주장하는 입장이다. 사실적시 명예훼손죄 폐지를 위해 "건전한 인터넷 문화와 함께 다른 부수적인 제도의 뒷받침"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장혜린기자 hljang@sisabaro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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