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다른 계층이익을 옹호하는 근대 사상가가 자연법을 어떻게 보고 있는가는 산업혁명이후 구빈제도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로크로 대표되는 자본주의적 사상가들이 재산권보호를 중심으로 자연법(自然法)이론과 사회계약설(社會契約)설을 전개했다면, 급진적 사상가들은 노동권(勞動權) 내지 생존권(生存權)을 상위에 놓았다.
당시 자본주의 사상의 대표자인 멜더스(Malthus)는 빈곤 기타 사회문제를 ‘인구론’을 통해 보는 틀을 제공했다. 멜더스는 구빈법을 통해 요구호빈민(要求護貧民,the dependent poor)의 생활을 개선시키는 어떠한 시도도 결국 식량의 가격을 끌어올림으로써 성실하게 살아가려는 자립적 빈민의 생활 수준을 오히려 악화시킨다며 영국의 구빈법은 자선적인 동기에서 제정된 것이 틀림없지만, 빈민의 게으름과 불행을 조장하고 인구증가를 가져오게되므로 철폐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멜더스의 빈민에 대한 대책은 굶주림과 질병등에 의한 자연도태와 적자생존의 냉혹한 ‘자연법’ 에 맡겨두고, 국가는 이 문제에 개입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사고방식의 배후에는 빈곤은 순전히 개개인의 도덕적 결함의 산물이고, 게으른 노동자가 일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드는 까닭에 빈곤을 노동력의 원천으로 간주하는 당시 이데올로기적 전제가 깔려 있다.
개혁가들의 노력으로 1834년 개정구빈법(Poor Law Amendment Act,4 and 5 William 4.c.76)이 공포되었다. 신구빈법의 골자는 원외구호(院外救護)를 완전히 중지하고, 노역소 내의 구호만을 인정하되, 구호수준은 사회 최하층보다 한 단계 낮도록 처우할 것이고, 모든 공적 구빈사업은 국가의 지도, 감독을 받도록 하자는 것이었다. 신구빈법(新舊貧法)은 개정위원 중 주요인물인 채드윅을 통해 공리주의자인 벤담의 사상이 깊게 반영되었다. 그는 기존의 구빈법의 가장 큰 문제는 ‘멜더스가 이해하듯이 인구 증가를 장려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근로의욕을 줄이는 것이라고 보았다. 따라서 요구호빈민들이 일하지 않고 지내는 대신 노동시장으로 편입될 수 있도록 유도하면 된다고 보았다. 또한 구빈법의 파행적인 운영은 주로 부패하고 무능한 구빈행정으로 말미암은 것이라 보고 행정적 개혁의 필요성을 역설하였다. 신구빈법의 집행을 통해 구빈행정의 집권화와 전국적인 통일화가 이룩될 계기가 마련되었다. 신구빈법은 사회정책상의 새로운 원칙을 소개했을 뿐 아니라 행정적 혁명의 시도였다. 하지만 이 법으로 국가의 영향력 확대를 위한 신 모델을 제공하면서 모든 유형의 빈민을 무차별적으로 노역소에 몰아넣는 등 처음부터 많은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었다.
시사바로타임즈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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