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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의 교훈) 소수의 보호와 토크빌이 지적한 근대 민주주의 하에서의 다수의 횡포
  • 기사등록 2015-11-17 21:18:12
  • 수정 2015-11-17 21:2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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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크빌은 근대 민주주의 하에서의 '다수의 횡포'를 군주제와 비교하면서 다음과 같이 서술하고 있다. "군주제는 억압을 육체적, 구체적인 것으로 만들었다면 오늘날의 민주공화정은 억압을 완전히 마음의 문제로 만들었으며, 그 억압이 지배하려고 하는 의지까지 마음의 문제로 만들었다."

 

 영미에 있어서 19세기 전반기는 분명히 리버럴리즘의 확립과 제도화로 특징지워진다. 시민적,정치적 자유의 확대와 법적, 행정적 개혁이 이루어진 시기, 요컨대 관용의 확대로 특징지워지는 이 시기는 동시에 불복종자에 대한 국가적 강제력이 훨씬 확대되고 제도화되어간 시기로 생각되어질 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

 

역사학자 토크빌은  미국을 견문하면서 " 미국 사회는 가장 자유가 확대된 모범을 보여주고 있지만, 그 나라의 소수의 일탈자 집단에 대한 점증하는 불관용에 의해 특징지워지는 시기로  인식했다.  이른바 잭슨식 민주주의(Jacksonian Democracy)로 불리워지는, 미국식 자유민주주의 체제가 확립되어간 시기이다.

 

잭슨식 민주주의는  근대 자유민주주의의 야누스적 면모를 드러낸다. 벤담과 같은 공리주의 법사상에서도 일부 내재되어있다. 벤담은 탁월한 입법가이자 행정개혁가로써 선거권, 행정개혁,형법개정 등의 분야에 두드러진 발자취를 남겼다.

 

하지만 동시에 그는 빈민, 부랑자의 통제에 대해서도 집요한 관심과 정열을 기울이고 있다. 그에 따르면 금전적 이익의 취득이 중심적인 동기가 되는 상공업의 영역에서는 공익과 사익간의 조정은 자유로운 계약과 자유경쟁의 자율적인 작용에 맡겨질 수 있다고 본다. 반면 병자, 요구호빈민, 정신병자 등 자신의 문제를 스스로 관리할 능력을 결여하고 있다고 보여지는 집단은 노역소,정신병원, 구빈원 등에 구금, 통제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다시말해 자유방임의 원리가 당시 상공인에게는 확대했지만 소외계층에 대해서는 오히려 억압과 통제가 강화되는 측면이 제시되고 있는 것이다.이들에게 관용과 자유의 확대는 찾아 볼 수 없다.

 

최대다수의 최대행복의 논리를 뒤집으면 소수(과연 소수 인지도 의문이지만)에게는 최대의 불행을 의미할 수도 있음직하다. 이러한 논리는 근대 사회의 사법과 공법의 이원화 경향과도 상통한다. 즉 사법의 영역에서는 사적자치의 세계가 지배하고, 형벌적 규제의 영역에 있어서는 보다 정밀하고 확실한 규제가 행해지도록 의도된다. 이전에 널리 허용되어 왔던 관습적, 대중적 불법에 대해서는 관용의 폭이 축소되는 경향을 보인다. 가령 농민 공동체에 의한 삼림의 관습적인 사용은 상공인 재산권 규정에 의해 절도로 재규정되며, 이제까지 법적으로 용인되어왔고 또 공동체로 부터 지원받아왔던 밀주 제조등은 모두 범죄로 재규정되어 이전 보다 훨씬 세밀하고 예외없이 처리될 것을 지향하고 있다.

 

반면 시장적 거래의 영역에서는 누구나 대등한 거래의 당사자로 간주된다. 사적자치와 계약자유, 당사자 대등의 원칙은 상품거래 뿐 아니라 노동계약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정치적, 법적 영역에 있어서는 누구나 평등하다. 사회적 관계를 개인간의 계약으로 다툼으로써 그 계약에 포함되어 있는 사회적 성격을 제거해 버린다. 이러한 계약적인 관념은 가족관계, 정치관계도 계약적 원리에 의해 해석되어진다.

 

가령 혼인관계에서도 그것은 계약이므로 당사자는 각자 혼인에 따르는 권리의무를 지며, 그에 위배될 시는 계약의 해지, 즉 이혼이라는 결과로 나타날 수 있다. 이렇게 혼인을 계약으로 표현함으로써 여성의 경제적 의존성에 입각한 근대 자유방임 경제질서를 은폐하는 역할을 한다. 다시말해 정치적,법적으로 평등한 개인은 평등한 계약의 형태를 통해 실질적으로 예속되고 지배받는 상황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당시 근대민주주의 법체계에서 법적권리의 확대의 측면은 표면적으로 드러나지만, 소수에 대한 사회적 불관용과 학대는 은폐되어 있다. 당시 초기 산업화단계에서  홥발한 정치적,법적 토론의 뒷전에는 이런식으로 소리없이 수용소군도라 부를만한 현상이 생겨났다는 것은 무척이나 아이러니칼 하다. 오늘날 민주주의의 가치는 소수의 보호를 전제로 할 때 그 빛을 더한다.

 

시사바로타임즈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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