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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월한 감성이 있으면 위대한 경영자가 될 수 있다. - 외고) 김덕희(키움리더십센터 대표)
  • 기사등록 2015-08-14 08:22:26
  • 수정 2015-08-14 08:3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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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6년,유난히 무더운 여름날이었던 것 같습니다. 당시 저는 둔촌 주공 아파트 앞에 미용실을 오픈하고 직원들과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었습니다. 5천여 세대의 대단지를 돌며 전단지도 뿌리고, 학교 앞에서 아이들에게 엄마 주라고 풍선과 상품권도 나누어 주었습니다. 그때 함께 일했던 기영이가 참 오래 생각이 납니다.

 

 어찌나 열심히 일하는지, 참으로 남다른 친구였지요. 저는 늘 다른 직원들에게 입버릇처럼 말하곤 했어요. 기영이가 성공을 못하면 제가 기영이 미용실에서 보조스태프를 해준다고요. 하루도 빠짐없이 누구보다도 일찍 출근해서 일에만 전념하고 퇴근할 때도 책임감 있게 전부 마무리를 짓고 돌아가는 그녀의 부지런함과 노력은 누구나 감탄할 정도였어요. 그런데 언제부턴가 갑작스럽게 그녀가 지각하기 시작했어요.

 

처음에 하루 이틀 정도는 그럴 수 있지 하고 넘어갔는 데, 그 지각은 두달이 넘도록 계속되는 겁니다. 평소에 그녀의 칭찬을 많이 했던지라 남들 앞에서 뭐라 말하기도 뭐했지요. 하루는 방으로 불렀습니다. 그리고 나직이 말했습니다. "기영아, 미안하다." 갑작스러운 제 사과에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기영이가 말했습니다.

 

"뭐가요,부장님?" " 응, 내가 미용계 선배인데 너에게 지각하면 안되는 것 하나 제대로 가르치지 못해서 미안하구나." 그녀는 의외의 말에 많이 당황하는 것 같았습니다. 제 마음은 아주 답답했지요. 항상 열심히 일해 준 그녀였기에 이런 상황이 이해도 안되고 많이 속상했었지요. 한참 동안 말을 멈추고 있다가 이렇게 말했습니다.

 

"기영아, 나 좀 도와줘라. 전체를 이끄는 데 한 사람의 작은 행동이 큰 걸림돌이 된다. 그녀는 깨달은 듯 열심히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그러고는 예전처럼 절대 지각하지 않는 기영이로 돌아왔지요. 같은 시절 우면동 매장에서 함께했던 세정이도 생각이 나는군요. 매장에 출근해서 보면 그녀가 삼푸대에 앉아 꾸벅꾸벅 졸고있는 모습을 쉽게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대화도 해보고 혼내 보기도 했는데, 고쳐지지 않더군요. 너무 조용하고 심성도 착한 친구라 밉지도 않았고요. 하지만 업무 시간에 조는 것이 점점 심해져 따로 미팅 시간을 갖자고 했습니다. "세정씨, 내가 도와줄 것 없니?" 조심히 물어보면서 안심할 수 있도록 미소를 지었습니다.

 

"없어요." 그녀가 수줍게 웃으며 말합니다. "난 도움 받을 게 있는 데....." "뭔데요?" " 미용실에서 졸지 않았으면 좋겠어." 여기까지 말하자, 쭈뼛쭈뼛 그동안 말하지 못했던 속내를 털어놓더군요. "사실은 어머니께서 치킨집을 하시는 데, 퇴근해서 10시에 가게에 도착해서 새벽 2시까지 도와드려요. 죄송해요. 안 졸려고 애를 쓰는 데 저도 모르게 자꾸 잠이 쏟아져서 ....., 정말 죄송합니다."

 

그제야 착한 그녀가 미용실에서 조는 이유를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다른 한편으론 부모님을 위하는 그녀의 마음이 너무나 예뻤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계속 졸게 둘 수는 없었지요. 그래서 저는 잠시 생각한 뒤 말을 이었습니다.

 

" 세정 씨, 마음이 참 예쁘구나. 그런데 효도에는 두가지가 있다고 생각해. 한가지는 부모님께 잘하는 것. 다른 한가지는 내가 잘되는 것. 이 두가지를 잘 조화시켜야 한다고 생각해. 네가 미용실에서 일하는 것과 엄마 도와드리는 것을 절충해서 둘 다 잘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가는 게 좋다고 생각하는 데, 어떻게 생각해?"

 

그말이 맞는다고 열심히 끄덕이는 세정이를 다독이고 미팅을 끝냈습니다. 그리고 며칠 후 저는 세정이네 어머니께서 운영하시는 치킨 집에 들렀습니다. 매장 POP도 살펴 더 좋게 만들어주고 술도 한잔 하고 왔습니다. 직접 대해 보니 열심히 사는 세정이의 모습이 대견하기도 하고, 제 마음도 흐뭇하더군요. 그 후로 세정이는 자기 허벅지를 꼬집으며 졸음을 참고 열심히 일해 주었습니다.

 

이 두 가지 경험을 통해 전달하고 싶은 것은, 이성적인 말 보다는 마음 깊은 곳에서의 깨달은과 따뜻함을 느낄 수 있는 감성이 더욱 사람을 움직인다는 것입니다. 저 역시 그때의 경험을 통해 사람은 98%의 이성보다 2%의 감성으로 움직인다는 것을 알았거든요.

 

 

 

 


[덧붙이는 글]
능력이 뛰어나면 뛰어난 경영자가 될 수 있지만, 탁월한 감성이 있으면 위대한 경영자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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