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간담상조, 九旬의 아름다운 동창회
  • 기사등록 2015-07-18 09:26:23
  • 수정 2015-07-18 09:31:39
기사수정
(주말 유머) 독서를 지독히도 싫어하는 학생이 있었다. 아버지가 책을 좀 보라고 혼내자 아들은 집을 나가 저녁 늦게야 돌아왔다. "아버지, 오늘 수십만 권의 책을 보고 왔으니 한동안 안봐도 됩니다." 아들은 시내 대형서점에 다녀온 것이었다.

 

   (사진 서울시 제공 인왕산 숲속의 사색)

 경남 거창의 90대 동창 3명이 생애 마지막 동창회를 하고 남은 회비 100만원을 장학재단에 기부했다. 장학금 100만원은 대기업이 내놓은 100억 보다 더 가치있다는 말이 나오고있다.

 

중국 당송팔대가 중에 한유(韓愈)라는 사람이 있다. 엄격한 현실주의자인 그는 우정의 본질을 추구하고 그 아름다움을 명문으로 후세에 남기고있다. 한유의 친한 벗 중에 역시 당송 팔대가인 유종원이란 인물이 있었다. 그 당시 혁신관료 그룹의 일원이었던 유종원은 수구파와의 싸움에 밀려 좌천되는 불행을 겪고 있었다.

 

이때 그의 동료 문인이자 절친한 벗이었던 유몽득 역시 파주의 자사로 좌천되었다. 그 말을 들은 유종원은 눈물을 흘리며 "파주란  오지 중에 오지인데 늙으신 어머니를 모시고 갈 데가 아니니 내가 대신 가겠다고  주청을 올려야 겠네, 어떤 꾸중을 듣는다 해도 각오는 해야겠지"라면서 실행에 옮겼다.

 

한유는 깊은 우정에 감동되어 훗날 유종원을 위해 '유자후묘지명'에 다음과 같은 글을 남겼다. 한유는 우정의 세계도 꿰뚫어 본 모양이다.

 

"'아아, 사람이 어려운 처지를 당했을 때 비로소 참다운 의리를 알 수 있다. 보통 때 아무일 없이 거리나 마을에 살고 있을 때는 서로 그리워하고 서로 즐거워하며  술과 음식에 놀러다닌다든가 서로 사양하고, 쓸개나 허파를 내보이며 해를 가리켜 눈물을 흘리며 죽어도 배반하지 않는다고 맹세할 수 있다.

 

 그러나 일단 머리칼 한가닥만큼의 이해관계가 생기면 거들떠 보지도 않고 아는 척도 하지 않는다. 함정에 빠져도 손을 뻗어 건져 주려고도 하지 않을 뿐 더러 오히려 차 넣고 위에서 돌을 던지는 시늉을 하는 자가 세상에 있는 법이다. "

 

그런데도 유종원은 친구를 위해 그 자신을 희생하려 했음을 기린 것이다. 간담상조(肝膽相照)란 한유가 유종원을 위해 쓴 '유자후묘지명(柳子厚墓誌銘)에 나오는 말로 '마음 속을  서로 털어놓고 격의 없게 행동하는 것'을 뜻한다.

 

장 대 범 기자 hljang@sisabarotimes.com

0
기사수정

다른 곳에 퍼가실 때는 아래 고유 링크 주소를 출처로 사용해주세요.

http://sisabarotimes.com/news/view.php?idx=1635
기자프로필
프로필이미지
나도 한마디
※ 로그인 후 의견을 등록하시면, 자신의 의견을 관리하실 수 있습니다. 0/1000
확대이미지 영역
  •  기사 이미지 포토에세이) 나무와 봄노래, 그리고 당연한 것들
  •  기사 이미지 포토에세이) 하얀 눈과 길
  •  기사 이미지 포토에세이) 꽃밭가득 봄노래 부르고 싶단다.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