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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반낭자((杯盤狼藉)와 계영배의 지혜
  • 기사등록 2015-06-13 10:45:59
  • 수정 2015-06-13 11:4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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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엇이든지 극에 이르면 곧 쇠퇴의 길로 접어들기 마련이다. '사기' 순우곤전에 배반낭자(杯盤狼藉)라는 고사성어가 실려있다. 순우곤은 중국 춘추전국시대 제나라 사람으로  그 당시 이름난 해학가였다.

 

제(齊)나라 위왕 8년의 일이다. 초나라가 대군을 이끌고 침공해 왔다. 다급해진 위왕은 조나라에 원병을 요청하기로 하고 순우곤을 사신으로 명했다. 위왕은 조왕에게 보내는 선물로 황금 백 근에 네 마리의 말이 끄는 마차 열 쌍을 준비해 주었다.

 

 이것을 본 순우곤은  크게 웃어 위왕을 당혹케 했다. "그대는 이 선물이 약소하다고 여기는가?" 위왕이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물었다. "천만에요, 그럴리가요." "그렇다면 왜 웃는가? " "사실은 제가 여기 오는 도중에 풍년을 기원하는 제사를 올리고 있는 사람을 보았습니다. 그는 제물로 돼지 발톱 한개와 술 한 잔을 바치고 오곡에 가득가득 풍년이 들기를 빌더군요. 제가 웃은 건 아까 그 사람이 제물에 비해 너무 많은 것을 바라서 웃은 것 뿐입니다."

 

 왕은 꼼짝 못하고 선물을 가득 채울 수 밖에 없었다. 호화로운 선물을 받은 조왕은 기분이 흡족해 대군을 빌려 주기로 했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 초군은 자기나라로 모두 돌아가 버렸다. 위왕은 크게 기뻐하며 순우곤을 초대해 융숭한 잔치를 베풀었다. 그 자리에서 왕은 순우곤에게 주량을 물어보았다.

 

 다음은 순우곤의 대답이다. "저는 한 말에도 취하고 한 섬에도 취합니다. 이런 자리에서 술을 마시면 앞뒤로 높은 신하와 경비대가 진을 치고 있으니 그 위엄에 눌려 한 말도 마시기 전에 취하고 맙니다. 손님을 접대하는 자리에서는 몸을 바르게 가지느라  신경을 써서 두 말도 마시기 전에 취합니다. 하지만 오랜만에 다정한 벗과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대여섯 말에 취합니다.

 

마을 사람들과 어울려 술잔을 주고받으면 저는 은근히 기뻐서 여덟 말 쯤 마시게 됩니다. 다시 날이 저물어 주연이 절정에 이르면 저는 그만 너무 기뻐서 능히 한 섬 술을 마십니다." 이렇게 말을 마친 순우곤은 잠시 침묵한 뒤 곧이어  결론을 내렸다.

 

"그러므로 '술이 극도로 지나치면 어지러워지고 즐거움이 극하면 슬퍼진다"고 하는 것입니다. 세상사가 다 그와 같습니다."  여기에서  배반낭자(杯盤狼藉)라는 말이 유래되었다. 무엇이든지 극에 이르면  쇠퇴의 길로 접어든다는 것을 순우곤은 말하고 싶었던 것이다.

 

'계영배'를 아나요!  계영배는 인간의 끊없는 욕심과  지나침을 경계하는 우리 선조들의 교훈이 담겨있는 잔이다. "가득함을 경계하라는 뜻"으로, 과음을 경계하기 위해 술이 일정이상 차오르면 술이 모두 새어나가도록 만든 잔으로 절주배라고도 불린다. 과요불급 ...

 

 

 

시사바로타임즈    jyjang@sisabaro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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