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부터 먹어보고 싶기도 했고, 마침 또 어버이날이라 겸사겸사 만들어보기로 했어.
만드는 법은 대충은 아는데 자세히는 몰라서 중국인한테 물어보니 얘도 모르더라. 다른 요리는 나름나름 하던 애가 왜... 같이 먹었던 거 같은디..
고기는 지난주 수요일 쯤에 수입 오겹살 3팩 사서 한 팩 얼리고 두 팩가지고 만들었다. 한 팩에 두 덩이 들은 걸 모르고 사버린 고시야... 대충 팩당 4천원 정도인데 고기 꽤 좋더라 ㅗㅜㅑㅗㅜㅑ
일단 고기부터 삶음
레시피들 보니 팔각이 필수급이던데 살면서 팔각 집에서 어릴 때 한 번 본 게 다라... 있을 리가 없잖어
대충 정향, 통후추, 월계수, 미각인가 뭐시기 때려넣고 적당히 삶아줌
살짝 덜 익긴 했는데 어차피 냄새만 대충 잡는 용도라ㄱㅊ
저 정도 크기로 깍뚝썰어서 올리고당 발라서 에어프라이어에다가 구움.
원래 레시피는 카라멜 발라서 튀기는 건디 카라멜 만들 줄은 아는데 귀찮잖어, 기름에다가 튀기는 거도 가스레인지랑 바닥 기름바다 된 거 시발거리면서 닦아봐야 가정집에서 튀김하는 게 얼마나 좆같은 지 알지.
그리고 집에 설탕이 거의 다 떨어졌더라
200도 넣고 한 15분 구웠나
생각한 건 자글거리는 껍데기와 당분인디 현실은 뭔 뻥튀기를 만들었어
하나도 안 바삭해서 5분 조금 더 구움
그냥 조금 남은 설탕이라도 바를걸...
삶아서 기름기 빠져서 그른지 바삭하기 보단 ㄹㅇ 장날 때 볼 거 같은 뻥튀기 됨.
보들보들 찔깃 탱탱한 게 올리고당 바른 느낌도 안 나더라. 쌀엿이라도 바를 것 그랬어
원랜 여기도 팔각 들어감
근데 당연히 나는 없고 팔각 사면 채소 작은 주스병만한 거부터 시작해서 베이킹이랑 커피 만들 때 쓰던 계피가루 조금 넣음. 어디서 그러는데 팔각 없으면 계피도 된댜. 난 팔각향을 몰라서 그런가 보다하고 넣음. 향 세니까 톡톡 털면 충분함.
소스는 물에다가 간장, 굴소스, 살짝 구운 파, 미각인가 뭐시기, 월남꼬추, 정향, 통후추, 월계수에 마늘 넣었어.
통마늘이 좋긴 한데 집에 있는 통마늘은 다 곰팡이 돼서 손질하기 귀찮음. 다진마늘 넣었다.
여담이지만 이렇게 고기 간장조림류 할 떄 콜라 넣음 색깔고 향도 단맛도 좋더라 난. 집에 없고 사오기 귀찮아서 안 넣었지만. 대신 춘장 한 숟가락 넣고 색깔 냈어. 한 스푼 정도로는 맛에 영향도 없고.
한 시간 반가량 조린겨. 좀 짤까봐 물 좀 넣고 한 2시간 가량 조린 듯.
향신료 때문에 향이 미묘한 게 확실히 엄마가 한 조림냄새는 아니더라.
아빠 드시는 건데 느끼할까봐 야채 좀 볶아서 넣었다. 그냥 고기에 밥이 허전하기도 하잖어.
8시에 퇴근하셨는데 좀 늦게 오시기도 하셔서 든든히 담아드렸다.
근데 엄마는 1시간 못 참겠다고 누룽지 끓여드셨다.. 덕분에 4조각 남았다. 딱 한 그릇 양인디ㅠ
혼자 해먹는 거면 그냥 만들어서 먹는데 엄빠 드리려고 만든 거라 정신차리고 만들었다. 처음 만드는 거라 더 힘줘가며 만들게 되드라.
생각보다 살짝 싱거웠던 거 빼곤 맛나게 잘 먹었어. 아빠도 많다많다 하시면서 다 드시더라. 의외로 김치랑 단무지 많이 안 드셔서 잘 된 거 같아서 살짝 기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