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바로타임즈= 장 혜 린 기자]
실제 현실을 접하는 시간보다 훨씬 더 많은 시간을 가상현실 속에서 보내는 현대인들에게 원본과 복사본의 경계선은 점점 희미해져간다. 현실보다 더 현실적인 가상의 탁월성이 부각되는 시뮬라시옹의 시대에 살고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원복과,복사, 진실과 가상의 애매한 경계 문제는 일찍부터 예술(美學)의 영역에서 자주 제기되어 관심을 끈다.
예술작품은 특이한 존재방식을 가지고 있다. 철학자 하이데거의 지적처럼, 보통 사람들은 사물 또는 도구의 관점에서만 예술작품을 바라본다. 김동규 교수(연세대)에 따르면 이러한 시각은 예술 작품의 존재론적 '특이성'을 놓치고 만다
예술작품에 존재론적 특이성이 있을까? 김 교수는 '예술작품의 존재론적 토포스(topos)'를 해명하고 있다. 예술작품의 존재론적 토포스, 다시말해 작품이 진실로 어디에, 그리고 어떤 방식으로 존립하고 있는 지의 문제는 이미 오래전부터 미학자들을 고심케한 문제였다.
김동규교수는 '딜타이'와 '하이데거'의 예술철학을 천착하면서 "예술작품은 △ 전통 철학이 만들어 놓은 이분법에서 빗겨간 '사이 존재'로 △ 인간과의 연관 속에서만 존재할 수 있고 △ 역사 속에서 스스로를 변모시키는 창조적 존재방식을 가지고 있다"고 의견을 개진한다.
딜타이는 정신(Geist)'개념을 가지고 예술작품을 이해한다. 그에게 정신은 유한한 '인간'정신이며 역사적인 삶의 정신이다. 예술작품은 이런 정신의 표현이다. 딜타이는 감히 어느누구도 자연과학에 도전할 수 없었던 시대에 정신과학의 입지를 마련하고자했던 철학자다. 딜타이는 자연과학과 정신을 통섭(consilience)
하고 융합하는 길을 모색했다. "통섭"이 자연과학적 환원주의로 귀착되는 작금의 현실에서 딜타이의 고민은 더욱 빛을 발하고 있다.
반면 하이데거는 "존재(sein)"개념을 가지고 예술작품을 이해한다. 그에게 존재는 유한한 인간 현존재를 통해서 드러나는 시간(역사)적인 것이다. 예술작품은 이런 존재가 실현되는 장소다. 김교수는 "비록 하이데거가 인간 중심적인 근대 미학을 비판하고 있기는 하지만, 작품이 사물이나 도구의 측면에서 이해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 창작자와 감상자의 창작과 보존과정을 작품의 필연적 계기로 설정한다"고 말한다.
김교수에 따르면 예술작품은 창작과 보존과정이 생략된다면 작품은 존재할 수 없다. 예술작품은 하나의 사물이라기 보다는 정신이 체험한 것을 표현한 것이다. 작품 감상은 작품에 표현된 정신을 따라 체험하는 과정이다. 체험,표현, 이해라는 정신의 순환과정. 그 '사이'에 예술작품이 존재한다.
장 혜 린 기자 hljang@sisabaro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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